정책금리와 물가 지표, 관세의 관계: 금리를 움직이는 진짜 힘은 무엇인가

 

 

by 임준배 (JOSHUA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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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은 시장 참여자와 국민의 경제 심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화두가 되는 시기에는 “정책금리가 앞으로 오를 것인가, 아니면 인하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진다. 이때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지표가 바로 소비자물가지수(CPI) 다. 하지만 CPI에는 여러 버전이 있으며, 각각의 지표가 정책금리와 맺고 있는 관계의 성격도 다르다. 여기에 더해 관세라는 변수도 물가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금리 결정의 이면에서 작용한다.
이 글에서는 총 CPI, 핵심 CPI 지표들(CPI-Trim, CPI-Median), 그리고 관세가 정책금리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쳐왔는지 살펴보고, 그 흐름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전망해본다.

  1. 총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정책금리: 단기적이고 감각적인 반응
    총 CPI는 가장 대중적이며 언론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물가 지표다. 식료품, 에너지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항목까지 모두 포함하므로, 가장 피부에 와닿는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총 CPI가 급등하면 중앙은행은 단기적인 대응 압박을 받는다. 금리 인상은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중앙은행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
    실제로 2022년, 캐나다의 총 CPI는 연 8%를 넘기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공급망 혼란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맞물리면서 CPI가 치솟았고, 이에 대응해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몇 달 사이에 0.25%에서 5.00%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총 CPI의 급등이 정책금리 인상으로 직결된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총 CPI는 단기적인 외부 충격에 매우 민감하다는 한계가 있다. 국제 유가나 농산물 가격처럼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총 CPI만으로 장기적인 금리 방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2. CPI-Trim과 정책금리: 중앙은행의 핵심 판단 기준
    총 CPI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보다 안정적이고 구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들에 의존한다. 그중에서도 CPI-Trim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지표는 가격 변동이 지나치게 크거나 작은 상·하위 20% 품목을 제외하고 나머지의 가중 평균을 산출함으로써, 물가의 ‘중심 흐름’을 반영한다.
    중앙은행이 CPI-Trim을 중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지표는 일시적인 외부 충격을 제거한, ‘기저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2023년 후반부터 총 CPI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지만, CPI-Trim은 여전히 3.5%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동결을 선택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기저에 깔려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처럼 CPI-Trim은 단순한 물가 흐름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을 정하는 실질적인 나침반 역할을 한다.
  3. CPI-Median과 정책금리: 인플레이션의 ‘진짜 중간값’을 보다
    CPI-Median 역시 중앙은행이 주의 깊게 살피는 핵심 지표다. 이 지표는 모든 품목의 상승률 중 정확히 중간값을 산출함으로써, 극단적인 수치를 완전히 제거한다. 그만큼 잡음이 적고, 인플레이션의 ‘질’을 파악하는 데 탁월하다.
    이 지표의 중요성은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더욱 부각된다. 예컨대 유가 하락으로 총 CPI가 급락하던 2015년, CPI-Median은 거의 흔들리지 않고 1.9% 안팎을 유지했다. 당시 중앙은행은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유지했고, 그 판단의 근거가 바로 CPI-Median이었다. 최근 사례를 보더라도, 2024년 초 CPI-Median은 3%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금리 인하 기대를 가라앉히는 데 일조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총 CPI의 흐름보다 기조 물가의 안정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4.  관세와 정책금리: 보이지 않는 고리
    관세는 정책금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변수는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관세는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기업의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CPI를 자극하게 되고, 그것이 금리 결정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18~2019년의 미중 무역 전쟁이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자, 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했고 연방준비제도는 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고심하게 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캐나다가 미국의 알루미늄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해당 품목 가격은 상승했지만, 전체 물가에는 비교적 제한적인 영향을 주었다. 중요한 건, 관세가 금리에 영향을 주기 위해선 지속성과 광범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기적이고 제한된 범위의 관세는 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구조적인 무역 장벽은 중앙은행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5. 금리 인하 기대, 지금은 시기상조일까?
    2025년 현재, 총 CPI는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핵심 물가 지표인 CPI-Trim과 CPI-Median은 여전히 3% 안팎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다. 이는 중앙은행이 아직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다. 관세와 같은 공급 측 압력이 다시 떠오른다면, 금리 인하는 더더욱 멀어질 수 있다.

결국 금리를 움직이는 것은 대중의 인식보다 훨씬 더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구조적 판단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총 CPI만 보고 금리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책금리를 읽으려면, 그 이면에서 움직이는 Trim과 Median의 흐름, 그리고 공급 측 변수로서의 관세까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2021 – 2025 CPI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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